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《언더그라운드》(Underground, 1995) – 전쟁과 광기의 블랙코미디 대서사시

by 먹보의하류 2025. 3. 7.

《언더그라운드》(Underground, 1995)
《언더그라운드》(Underground, 1995)

에밀 쿠스트리차(Emir Kusturica) 감독의 *《언더그라운드》(Underground, 1995)*는 제2차 세계대전부터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 내전까지, 격변하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걸작입니다.

역사적 비극을 풍자적인 블랙코미디로 풀어낸 독창적인 연출, 강렬한 캐릭터, 신나는 브라스 밴드 음악이 어우러진 이 작품은 1995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(Palme d’Or)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습니다.

이번 글에서는 *《언더그라운드》*의 스토리, 영화적 특징, 그리고 영화가 담고 있는 정치적 메시지를 분석해보겠습니다.


1. 영화의 스토리 – 세 개의 시대, 하나의 비극

영화는 크게 세 개의 장(章)으로 나뉘며, 1940년대 제2차 세계대전, 1960년대 냉전 시대, 1990년대 유고 내전을 배경으로 합니다.

1) 제2차 세계대전 (1941~1945) – 지하 벙커 속의 저항군

  • **블래키(므키 쿠스티치 분)**와 **마르코(라자르 리스토브스키 분)**는 친구이자 유고슬라비아의 공산주의 저항군입니다.
  • 독일군이 유고슬라비아를 침공하자, 그들은 베오그라드 지하에 비밀 벙커를 만들고, 동료들과 함께 독일군에 맞섭니다.
  • 하지만 전쟁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, 마르코는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벙커 속 사람들에게 계속 전쟁이 진행 중이라고 속이며, 그들을 지하에 가둬놓습니다.

2) 냉전 시대 (1960년대) – 조작된 평화, 가짜 혁명가

  • 지하 벙커에서 마르코는 무기를 제조하고 이를 유고슬라비아 정부에 팔면서 권력자로 군림합니다.
  • 블래키와 벙커 속 사람들은 여전히 전쟁이 끝났다는 사실을 모른 채, 마르코가 조작한 가짜 뉴스만 듣고 살아갑니다.
  • 한편, 마르코는 전쟁 시절 블래키와 함께 사랑했던 **나탈리야(미리야나 요코비치 분)**와 결혼하며, 점점 더 부패한 인물로 변해갑니다.

3) 유고슬라비아 내전 (1990년대) – 붕괴하는 나라, 끝나지 않는 비극

  • 1990년대, 유고슬라비아는 내전으로 인해 여러 나라로 분열되며 극심한 혼란에 빠집니다.
  • 마침내 벙커 속 사람들은 수십 년 만에 지상으로 나오지만, 그들이 알던 세상은 완전히 변해버렸습니다.
  • 블래키는 여전히 저항을 계속하려 하지만, 결국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합니다.
  • 마지막 장면에서,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환상적인 결말이 펼쳐지며, 영화는 유고슬라비아의 붕괴를 강렬한 이미지로 표현합니다.

2. 에밀 쿠스트리차의 연출 기법과 영화적 특징

1) 역사와 환상의 경계를 허무는 독창적 연출

  • *《언더그라운드》*는 단순한 역사 영화가 아니라, 사실과 환상이 뒤섞인 초현실적인 스타일을 사용합니다.
  • **"현실은 전쟁이고, 전쟁은 계속된다"**라는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,
    • 과거와 현재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구조,
    • 기이한 캐릭터와 유머러스한 상황,
    • 꿈속 같은 연출 기법이 활용됩니다.

2) 블랙코미디와 풍자의 결합

  • 영화는 유고슬라비아의 비극적인 역사를 정면으로 다루면서도, 강렬한 블랙코미디 요소를 가미했습니다.
  • 어두운 현실을 과장된 연기와 유머로 표현하며,
    이는 관객들에게 더욱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.

3) 에너제틱한 음악 – 브라스 밴드 사운드

  • 영화 전반에 걸쳐 흐르는 고란 브레고비치(Goran Bregović)의 브라스 밴드 음악은 영화의 분위기를 독특하게 만듭니다.
  • 전쟁과 혼란 속에서도 사람들은 춤을 추고, 축제를 벌이며,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반복되는데,
    이는 비극 속에서도 삶이 계속된다는 메시지를 상징합니다.

4) 공간의 상징성 – 지하와 지상의 대비

  • 영화에서 지하 벙커는 조작된 현실, 허위의 역사, 권력의 왜곡을 의미합니다.
  • 반면, 지상은 자유로워 보이지만, 전쟁과 혼란으로 인해 끊임없이 파괴되는 세계를 상징합니다.
  • 결국, 어느 공간에서도 진정한 자유는 존재하지 않으며, 사람들은 끝없는 전쟁의 굴레 속에 갇혀 살아갑니다.

3.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와 의미

1) 유고슬라비아의 역사 – 끝없는 전쟁의 굴레

  • *《언더그라운드》*는 단순히 한 나라의 역사를 다룬 것이 아니라,
    권력자들이 어떻게 역사를 왜곡하고, 사람들을 속이며,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민을 희생시키는지를 보여줍니다.
  • 블래키와 벙커 속 사람들은 자신들이 아직도 전쟁 중이라고 믿고 살아가지만, 사실 그들은 조작된 현실 속에서 허망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.
  • 이는 유고슬라비아뿐만 아니라, 전 세계 어디서나 반복되는 권력의 억압과 거짓된 이념의 희생자들을 상징합니다.

2) 진실과 거짓의 경계

  • 영화는 과거와 현재, 현실과 허구가 뒤섞이며, 무엇이 진실인지 분명하지 않도록 연출됩니다.
  • 이것은 역사 속에서 사람들이 권력자들에 의해 조작된 진실을 믿으며 살아가는 현실을 비판하는 방식입니다.

3) 인간의 본성과 희망

  • 영화 속 인물들은 끝없이 전쟁을 반복하며, 스스로의 운명을 벗어나지 못합니다.
  • 그러나,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떠내려가는 섬 위에서 사람들이 다시 춤을 추고 노래하는 장면
    설령 역사가 반복될지라도, 인간은 끝까지 삶을 살아가려는 본능을 지니고 있음을 암시합니다.

4. 영화의 수상 내역 및 평가

1) 1995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

  • *《언더그라운드》*는 1995년 칸 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(Palme d’Or)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명작으로 인정받았습니다.

2) 정치적 논란과 찬반 논쟁

  • 영화가 세르비아 입장에서 유고슬라비아 내전을 해석했다는 비판도 있었지만,
    대다수의 평론가들은 전쟁과 정치의 부조리를 예술적으로 승화한 걸작이라고 평가했습니다.

결론

*《언더그라운드》*는 단순한 전쟁 영화가 아니라, 역사의 허구성과 인간의 운명을 철학적으로 탐구한 블랙코미디 대서사시입니다.

  • 역사와 현실, 블랙코미디와 비극이 공존하는 독창적인 걸작
  • 음악과 시각적 스타일이 돋보이는 강렬한 연출
  • 전쟁과 권력의 부조리를 강하게 풍자한 메시지

이 모든 요소가 결합된 *《언더그라운드》*는 전쟁과 인간의 본질을 깊이 있게 탐구하는 영화사적 걸작으로 남아 있습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