테오 앙겔로풀로스(Theo Angelopoulos) 감독의 *《영원과 하루》(Eternity and a Day, 1998, 원제: Μια αιωνιότητα και μια μέρα)*는
삶과 죽음, 시간과 기억을 탐구하는 철학적이고 서정적인 걸작입니다.
이 영화는 한 노년의 작가가 자신의 남은 시간을 돌아보며, 한 소년과 함께 여행을 떠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.
1998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(Palme d’Or)을 수상하며,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.
이번 글에서는 *《영원과 하루》*의 스토리, 영화적 특징, 그리고 영화가 던지는 철학적 메시지를 분석해 보겠습니다.
1. 영화의 스토리 – 마지막 하루의 여행
1)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노작가, 알렉산드로스
- 영화의 주인공 **알렉산드로스(브루노 강츠 분)**는 그리스의 유명한 작가이지만, 말년을 병과 외로움 속에서 보내고 있습니다.
- 그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, 마지막으로 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합니다.
2) 우연히 만난 소년과의 여정
- 알렉산드로스는 거리에서 알바니아 출신의 불법 이민자 소년을 만나게 됩니다.
- 그는 처음엔 그를 외면하려 하지만, 점점 그 소년을 돕고 싶어지며 소년과 함께 바다로 향하는 여정을 떠나게 됩니다.
- 이 여정 속에서, 그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되돌아보게 됩니다.
3) 과거와의 만남 – 사랑과 상실의 기억
- 알렉산드로스는 젊은 시절 사랑했던 아내(이자벨 르노 분)와의 기억을 떠올리며, 그녀와 다시 만나는 듯한 경험을 합니다.
- 또한, 자신이 미완성으로 남겨둔 시(詩)에 대한 미련을 품고 있으며,
19세기 시인 솔로모스(그리스의 유명한 시인)의 시를 완성하려는 꿈을 간직하고 있습니다.
4) 마지막 선택 – 시간의 의미
- 그는 소년을 알바니아로 돌려보내려 하지만, 결국 소년과 함께 있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마지막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는 길임을 깨닫습니다.
- 영화의 마지막, 그는 바다를 바라보며 삶의 유한함과 영원의 의미를 곱씹습니다.
2. 테오 앙겔로풀로스의 연출 기법과 영화적 특징
1) 긴 롱테이크와 서정적인 시각적 미장센
-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영화는 긴 롱테이크(Long Take)와 유려한 카메라 움직임으로 유명합니다.
- *《영원과 하루》*에서도 부드럽게 이어지는 롱테이크를 통해, 시간과 기억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연출됩니다.
- 또한, 넓은 바다, 안개 낀 거리, 어두운 실내 등 시각적으로 강렬한 이미지가 영화 전체를 지배합니다.
2)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몽환적인 편집
- 영화는 명확한 플래시백 장면 없이, 현재와 과거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연출을 사용합니다.
- 알렉산드로스는 길을 걸으면서 과거의 아내와 대화하고,
젊은 시절의 기억 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방식으로 시간의 경계를 허물어버립니다.
3) 대사보다 침묵과 이미지로 전달하는 감정
- 영화는 불필요한 대사를 배제하고, 인물들의 표정과 풍경을 통해 감정을 전달합니다.
- 알렉산드로스는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보다는, 풍경과 음악, 소년과의 동행을 통해 내면을 드러냅니다.
4) 고독한 인간과 역사적 배경
- 영화는 단순한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, 불법 이민자 문제, 알바니아와 그리스의 관계, 역사적 단절과 변화를 담고 있습니다.
- 알렉산드로스는 한때 문학과 예술을 사랑했던 지식인이지만,
이제는 고독한 노년을 보내는 한 인간으로 남아 있으며, 이는 현대 사회에서 노인의 위치와 역할을 상징하기도 합니다.
3.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와 의미
1) 시간과 기억 – "영원과 하루"란 무엇인가?
- 영화의 제목 *"영원과 하루"*는, 알렉산드로스가 소년에게 남긴 대사에서 유래합니다.
"내일은 얼마나 긴가요?" – "영원만큼 길고, 하루만큼 짧다." - 이는 삶이 유한하지만, 우리가 살아가는 순간순간이 영원과도 같다는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.
2) 삶의 마지막에서 남는 것은 무엇인가?
- 알렉산드로스는 젊었을 때 사랑했던 아내, 미완성의 시, 떠나가는 시간을 돌아보며,
결국 삶의 마지막 순간에는 사랑과 인간관계만이 의미를 남긴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. - 그는 소년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, 마지막으로 누군가를 돕고, 교감하는 것이야말로 삶의 의미가 될 수 있음을 발견합니다.
3) 경계와 연결 – 이민자 문제와 인간의 연대
- 영화에서 등장하는 알바니아 소년은 단순한 조연이 아니라, 세계 곳곳에서 소외된 이민자와 난민들을 상징합니다.
- 알렉산드로스는 처음엔 그를 불쌍하게 여기지만, 점차 그 소년을 통해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.
- 이를 통해 영화는 국경, 세대, 신분의 차이를 넘어선 인간의 연대를 강조합니다.
4. 영화의 수상 내역 및 평가
1) 1998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
- *《영원과 하루》*는 1998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(Palme d’Or)을 수상하며,
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습니다.
2) 세계적인 찬사와 예술적 가치
- *《영원과 하루》*는 시간과 기억, 삶과 죽음을 철학적으로 탐구한 걸작으로 평가받으며,
유럽 예술 영화의 정점으로 꼽힙니다. - BBC, Sight & Sound 등 여러 매체에서는 "가장 시적인 영화 중 하나",
로저 이버트는 **"시간과 인간 존재에 대한 가장 깊은 탐구를 담은 영화"**라고 극찬했습니다.
결론
*《영원과 하루》*는 한 노작가의 마지막 여정을 통해, 시간과 기억, 삶과 죽음의 의미를 탐구하는 철학적 걸작입니다.
- 서정적이고 철학적인 이야기 구조
- 테오 앙겔로풀로스 특유의 긴 롱테이크와 아름다운 미장센
- 시간의 흐름과 인간의 고독을 섬세하게 담아낸 연출
이 모든 요소가 결합된 *《영원과 하루》*는 삶과 시간의 의미를 곱씹게 만드는, 잊지 못할 영화적 경험을 선사합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