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《체리 향기》(Taste of Cherry, 1997) – 삶과 죽음 사이에서 찾는 희망

by 먹보의하류 2025. 3. 8.

《체리 향기》(Taste of Cherry, 1997)
《체리 향기》(Taste of Cherry, 1997)

아바스 키아로스타미(Abbas Kiarostami) 감독의 *《체리 향기》(Taste of Cherry, 1997)*는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깊이 있는 작품입니다.

이 영화는 한 남자가 자살을 결심하고, 자신을 묻어줄 사람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내며,
1997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(Palme d’Or)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.

잔잔한 대사와 긴 침묵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주인공의 고민과, 그가 만나는 사람들의 다양한 시선을 통해,
영화는 관객들에게 죽음과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유도
합니다.

이번 글에서는 *《체리 향기》*의 스토리, 영화적 특징, 그리고 영화가 담고 있는 철학적 메시지를 분석해보겠습니다.


1. 영화의 스토리 – 한 남자의 마지막 여정

1) 주인공 바디 씨의 계획

  • 영화는 **테헤란을 자동차로 돌아다니는 중년 남성 바디 씨(호마윤 에르샤디 분)**의 모습으로 시작됩니다.
  • 그는 자살을 결심하고, 자신이 파놓은 무덤에 묻어줄 사람을 찾아 나섭니다.
  • 그는 테헤란 교외를 떠돌며 돈을 줄 테니 자신을 묻어줄 사람을 찾겠다는 기묘한 제안을 합니다.

2) 그가 만나는 세 사람

바디 씨는 각기 다른 삶의 배경을 가진 세 명의 인물과 대화하면서, 삶과 죽음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듣게 됩니다.

  1. 군인 – 두려움과 거부
    • 첫 번째로 만난 젊은 군인은 바디 씨의 제안을 듣고 크게 당황하며 도망쳐버립니다.
    • 이 장면은 죽음을 직접 마주했을 때의 본능적인 공포를 보여줍니다.
  2. 신학생 – 종교적 관점에서의 조언
    • 두 번째 인물인 신학생은 바디 씨에게 자살이 종교적으로 옳지 않으며,
      삶은 신이 주신 것이므로 마음대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설득합니다.
    • 하지만 바디 씨는 그 말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.
  3. 노년의 세 번째 남자 – 삶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다
    • 마지막으로 만난 **박물관 직원(노년의 탁데르 씨)**은 바디 씨의 제안을 받아들이지만,
      대신 삶의 아름다움을 깨닫도록 하려는 설득을 시도합니다.
    • 그는 자신도 과거에 자살을 결심했지만, 체리의 맛과 햇빛의 아름다움을 깨닫고 삶을 다시 사랑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.
    • 이는 단순한 말이 아니라, 삶 속에서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작은 기쁨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상기시키는 순간입니다.

3) 열린 결말 – 생과 사의 경계에서

  •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, 바디 씨는 자신의 무덤에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며 화면이 점점 어두워집니다.
  • 하지만 영화는 그의 죽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고,
   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촬영한 필름 속 장면(메이킹 장면)이 등장하며 갑자기 현실로 전환됩니다.
  • 이 열린 결말은 그가 정말 죽었는지, 아니면 삶의 아름다움을 깨닫고 살아남았는지 관객의 상상에 맡기는 철학적 장치입니다.

2. 아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연출 기법과 영화적 특징

1) 최소한의 서사, 깊이 있는 철학

  • *《체리 향기》*는 전통적인 이야기 구조를 따르지 않으며, 주인공이 다양한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만으로 전개됩니다.
  • 이를 통해, 영화는 관객이 직접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을 하도록 유도합니다.

2) 로드무비 형식 – 자동차 안에서의 대화

  • 영화의 대부분은 주인공이 자동차를 운전하며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.
  • 이는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, 삶이라는 여정 속에서 우리가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의 가치관을 반영하는 상징적인 장치입니다.

3) 장엄한 자연과 인간의 대비

  • 키아로스타미는 테헤란 교외의 넓고 황량한 풍경을 길게 보여주며, 인간의 존재를 작게 보이게 만드는 연출을 합니다.
  • 이는 삶과 죽음이라는 거대한 문제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강조하는 방식입니다.

4) 열린 결말 – 관객의 해석을 존중

  • 영화는 결말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고, 바디 씨가 마지막에 어떤 선택을 했는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습니다.
  • 이는 관객 각자가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결론을 내리도록 하는 철학적 기법입니다.

3.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와 의미

1) 삶의 의미는 어디에 있는가?

  • 영화는 삶과 죽음에 대한 직접적인 질문을 던지며, **"삶을 계속할 이유가 있는가?"**라는 본질적인 고민을 유도합니다.
  • 하지만 영화는 단순히 죽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, 삶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탐구를 합니다.

2) 작은 것에서 찾는 행복

  • 박물관 직원이 말하는 체리의 맛, 햇빛, 자연의 아름다움은 우리가 흔히 지나치는 작은 기쁨들입니다.
  • 영화는 거창한 성공이나 목표가 아니라, 이런 작은 것들이 삶을 계속할 이유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.

3) 타인의 존재 – 우리는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

  • 영화 속에서 바디 씨는 세 명의 인물을 만나며 삶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듣게 됩니다.
  • 이를 통해 영화는 우리의 삶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며, 누군가의 작은 말 한마디가 인생을 바꿀 수도 있음을 보여줍니다.

4. 영화의 수상 내역 및 평가

1) 1997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

  • *《체리 향기》*는 1997년 칸 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(Palme d’Or)을 수상하며,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세계적인 명성을 확고히 했습니다.

2) 세계적인 찬사와 철학적 걸작으로 평가

  • 뉴욕 타임스, BBC, 로튼 토마토 등의 주요 매체는 이 영화를 현대 영화사에서 가장 깊이 있는 철학적 작품 중 하나로 평가했습니다.
  •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이 영화를 "단순하면서도 가장 강력한 영화 중 하나"라고 극찬했습니다.

결론

*《체리 향기》*는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탐구를 담은 깊이 있는 걸작입니다.

  • 최소한의 서사로 최대한의 감정을 전달하는 독창적인 연출
  • 자동차 안에서의 대화만으로도 인생의 의미를 탐구하는 강렬한 철학적 메시지
  • 작은 행복들이 모여 삶을 계속할 이유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따뜻한 시선

이 모든 요소가 결합된 *《체리 향기》*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영화사적 명작으로 남아 있습니다.